[書評]昨今의 세계질서는 미국의 전략적(戰略的) 자아도취? '배틀그라운드'_ H.R. 맥매스터 著[교유서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이 임계점을 넘어 전쟁에 이르렀다. 히틀러가 체코의 주데텐을 병합했듯이... 푸틴이 그와 유사한 전술을 구사해 가며.. 지난해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를 지켜 보았다. 유일 초강대국의 입지를 잃어가는 미국은 자유세계의 방패를 계속 자처할 수 있을까? 냉전 종식후 미국은 자신감으로 충만했으나, 국내의 경제적 어려움과 이라크-아프간으로 대변되는 국제 개입이 실패로 이어지면서 비관주의와 체념이 팽배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그의 저서 '배틀그라운드'는 이러한 낙관적 시각과 비관을 넘어서면서 미국이 마주한 ‘전선’들을 차례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을 예견했던 것일까? 1부에서 러시아와 푸틴을 먼저 다루고 있다. 러시아는 자신이 강해지지 못한다면 경쟁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생존을 모색하는 전략을 편다고 말한다. 그 최신 무기는 ‘거짓 정보’다. 푸틴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러시아는 차세대 사이버 정보전을 통해 끝없이 거짓 선전을 전파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해 미국 사회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은 ‘기존 질서의 대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수립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규칙으로 대체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라고 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부에 북한 문제를 할애하며,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과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북한에 시간만 벌어준 ‘분명한 실패’로 규정한다. 중국이 역사의 기억을 이용해 한국과 일본 사이를 분열시키려 한다며 경계하기도 한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면 막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각국이 역할을 다하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북한 문제 해법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고 북한은 새해 들어 잇달아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대 압박은 어떨까. 맥매스터는 최대 압박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며 기대를 건다. 맥매스터는 일련의 정상회담은 대북 압박 수위를 낮췄다고 지적하지만, “나는 북미 정상회담에 회의적이었다”며 “최대 압박 전략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는데, 김정은 정권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압박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압박이 줄어든 것이다. 북한은 미·북 정상회담을 미국을 끌어들여서 세계 다른 지도자에게 자신의 위상을 부각시킬 기회로 봤다고 맥매스터는 말한다. 2018년 북·중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입을 모아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최대 압박 전략은 유명무실해졌다.

저자 맥메스터는 2017년 미국 국가 안보보좌관에 임명된 13개월 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해임’으로 물러난 바 있다. 2020년 발표한 이 책에서 그는 미국 외교 안보의 현실과 한계, 미국이 대면해야 하는 경쟁자와 적들을 자신의 관점으로 짚어나간다. 그에게 있어 미국 외교 안보의 근원적 약점은 Hans Joachim Morgenthau가 제시한 ‘전략적 자아도취(strategic narcissism)’로 요약된다. 미국의 결정과 계획에 따라 세상의 모든일들이 이루어진다고 전제하는 관점이다. 그는 ‘전략적 자아도취(strategic narcissism)’라는 개념으로 그간 미국의 실패를 설명한다. 맥매스터는 이를 “미국의 전략적 자아도취는 ‘세상사가 미국의 결단과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고 가정하는 관점’”이라고 재정의한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략적 자아도취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미국이 노력하면 중국이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착각도 그렇다.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국가주도경제를 가진 채로 미국의 가장 큰 경쟁자로 부상했다. 전략적 자아도취는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북한은 변화하지 않았고,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책은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중국·중동 등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할 국가·지역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