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 전설들과의 이별...'피오'-'에스더'가 배틀그라운드로 이룬 꿈

'피오' 차승훈(왼쪽)과 '에스더' 고정완/사진=크래프톤 제공

e스포츠 리그에는 '전설'로 불리는 선수들이 존재합니다. 한명일 수도 있고, 여러명일 수도 있죠. 자랑스러운 국산 종목인 배틀그라운드 리그에서도 전설이 존재했습니다. 절대 강자가 없는 배틀그라운드 리그에서 팀을 명문 게임단으로 만든 선수들, 바로 젠지e스포츠(젠지) '피오' 차승훈과 '에스더' 고정완이 그 주인공입니다.

두 선수는 젠지를 최고의 팀으로 올려놓은 것은 물론이고 배틀그라운드 리그를 더욱 널리 알리는데도 일조했죠. 2021년에도 맹활약한 두 선수의 은퇴는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피오'와 '에스더'가 배틀그라운드에서 이룬 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여정에 대해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주변에서 더 아쉬워했던 은퇴 발표

두 선수가 아직까지도 기량이 출중하기에, 은퇴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두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젠지에서 함께 활동한 선수들이 더욱 아쉬워했다는 후문입니다.

"젠지에서 최근까지 함께 활동한 선수들부터, 예전에 한팀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던 선수들 모두가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래도 다들 제2의 인생을 응원해주더라고요."

"아무래도 오래 머물렀던 팀에서 은퇴 발표를 해서 그런지 젠지에서 은퇴식도 해주고 여러가지로 배려해 주시더라고요. 프로게이머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랫동안 한께 한 '피오'와 함께 은퇴를 하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요."

특히 '피오'의 경우 부모님께서 더 아쉬워하셨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피오'가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는 것을 전폭 지원해 주셨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드셨던 듯 합니다.

'피오' 차승훈/사진=크래프톤 제공

"은퇴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더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제 선택을 응원해 주세요. 어머니께서는 처음부터 저를 믿어주셔서 '하고싶은대로 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죠. 항상 저를 믿어주셔서 제가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설'들은 왜 은퇴를 결심했을까

아직 실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피오'와 '에스더'는 왜 은퇴를 결심하게 됐을까요? 어느 때보다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은퇴를 결심하는 선수들은 실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감정적으로 지쳐있어서 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원래도 성격이 불같고 화도 많이 내는 성격이었는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하고 싶은 말도 참게되고, 특히 오더를 내려야 하는 위치다보니 상대를 배려하고 고민하느라 지쳤던 것 같기도 해요.

2년 후에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데, 1년은 내가 하고 싶은것도 하고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2의 삶도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정신적으로 지친 '피오'와는 달리 '에스더'는 모든 것을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목표를 다 이루고 나면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인 듯 합니다.

'에스더' 고정완/사진=크래프톤 제공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이룰 만큼 다 이뤄봤다고 생각해요. 국내 대회, 아시아 대회, 국제대회 다 우승해 봤기 때문에 미련이 없었어요. 또한 젠지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들이 배틀그라운드에서 꿨던 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은퇴하는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날은 과연 행복했던 날일까요, 아니면 힘들었던 순간일까요? '피오'와 '에스더' 모두 행복했던 기억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특정한 경기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신기하게도 매 경기가 주마등처럼 지나가요. 치킨을 따서 열광했던 장면도 떠오르고요. 그때가 그리워 계속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지만 아무래도 처음 그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2019년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우승이 생각나네요. 가장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환호하고 즐거워했던 기억이거든요."

2019년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젠지/사진=크래프톤 제공

"처음 프로게이머가 됐을 때가 가장 많이 생각나요. 좋은 기억들이 많이 있었는데 당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칭찬을 많이 받았거든요(웃음). 그래도 저 역시 '피오'와 마찬가지로 함께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우승했던 것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들은 최고를 꿈꿨고, 그렇게 배틀그라운드 최고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쉬워하지만, 그들이 웃으며 떠날 수 있는 것도 꿈 꾸던 모든 것들을 이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배틀그라운드로 또다른 꿈을 꾸는 그들에게, 전설들의 당부

한 게임에서 정점을 찍은 선수들의 조언은, 어떤 것보다 값집니다.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피오'와 '에스더'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배틀그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피오'를 있게 한 것은 그 자신감이죠. 피드백을 받을 때, 빠르게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면 오히려 더욱 발전할 수 있거든요. 또한 팀게임이다보니 서로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합을 맞추는 것이 어떤 게임보다 중요해요. 마음에 감정을 쌓아두면 대회에서 절대 성적을 낼 수 없었고 감정의 골이 있거나 자신감이 하락했을 때 실력 발휘가 어려워요. 서로 화끈하게 할말은 하고 감정을 남기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스더' 역시 실력보다도 '정신력 케어'에 더 많은 조언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피지컬 능력은 상향평준화 됐기에 누가 더 정신력을 굳건하게 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고 하네요.

"이 게임은 절대적으로 정신력 게임이에요. 한번 무너지면 한도끝도 없이 무너지거든요. 피드백을 서로 주고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정신력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해요."

두 선수 모두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피오'와 '에스더' 모두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마지막을 함께 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습니다.

"성적이 잘 나올 때나, 못 나올 때나 항상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항상 지켜봐 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세요. 배틀그라운드 리그도 많이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소라 기자 [email protected]